© 2019 by Leila Hyelip Lee 이혜립

Lee Ungno Museum Exhibition Design

paper 

 

2014 H Lee, H Kim, ‘Silhouette Interaction Translator’, Museums and the Web Asia Conference October 7-10

http://mwa2014.museumsandtheweb.com/paper/silhouette-interaction-translator/

서독으로 간 에트랑제, 이응노 전 - 1959 독일 순회전 

 

이 세상은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와 미묘한 균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자연의 일부로서 계속되는 변화를 자발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맞이한다. 변화에 저항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큰 파도를 거슬러 가고자 하는 무의미하면서 힘겨운 일이 되기 쉽다. 그보다 파도 위에서 새로운 파도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바로 창조적인 사람들, 예술가의 경지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시대를 읽고 시대를 앞서나가는 사람. 고암 이응노는 그런 예술가이고자 하였다. 그는 전통 한국화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일본에서 서구의 화풍, 사실주의 화풍을 배웠으며, 사생(寫生)의 의미와 가치를 제고(提高)하였다. 이후엔 한국화의 고유성을, 세계화 방향을 탐구하였다. 단계 단계마다 그의 그림은 변화하며 그의 지향점을 드러냈다. 1958년 <도불전(渡佛展)>의 작품들은 반추상(半抽象)의 형상을 띠며 전통 한국화에 새로움을 불어넣었다. 

이 작품들은 1959년 독일 순회전에서 독일인들에게 소개되었으며 ‘동서양의 만남, 우아함을 가진 야성’과 같은 평을 받았다. 첫 프랑크푸르트 전시에서의 호평이 고암을 다른 전시들로 이끌었으며,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소개되었다. 고암은 독일에서 전시를 하면서 동시에 그곳의 예술 흐름과 조우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다시 그에게 새로운 열정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공하였다. 그의 그림은 여전히 ‘한국화의 세계화’라는 문맥 속에 있지만 그 표현 방식은 수묵을 넘어 다양해지기 시작하였다. 반추상에서 추상으로의 변화는 마치 동양적 감각의 근원에 다다르고자 하는 시도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한국화가 하나의 틀을 깨고 세계 예술의 흐름에 합류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1959년 서독에서 열린 고암의 순회전을 중심으로 1950-60년대 평면에서 콜라주로 이어지는 고암의 작업이 현대미술사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1959년 서독에서의 경험은 고암의 작품이 반추상(半抽象), 그리고 추상(抽象)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08년 이응노미술관의 <기록의 조각, 시간의 퍼즐> 전이 고암의 85년 예술인생을 전반적으로 조명한 자료 전이었다면, 이번 <서독으로 간 에트랑제, 이응노> 자료전은 1959년과 독일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당시 국제 문화정세를 중심으로 고암 예술의 변화 추이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보다 시대적이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고암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살펴보고, 50년대 후반의 정체된 한국미술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떠났던 그가 자신만의 항로를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제 1전시실은 1958년 고암의 도불시기 작품들과 함께 독일 순회전 관련 자료와 당시 주요 예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사, 도록, 사진, 영상 자료들이 전시된다. 제 2전시실은 고암이 본Bonn 외무성의 초청으로 참관하였던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가 소개된다. ‘세계 언어로서의 추상Abstrakte Kunst als Weltsprache’을 주제로 열렸던 제2회 카셀 도큐멘타 관련 사진과 영상, 도록 등이 전시되어 당시 고암이 받았을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 3전시실은 고암이 1960년도에 제작한 콜라주 작품들과 이를 처음 선보였던 1962년 파리 폴 파케티 화랑에서의 개인전 서문, 당시 신문평들이 함께 전시된다. 앞서 소개된 <도불전>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해 1959년 독일에서의 경험이,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제 4전시실은 상설전 형식으로, 군상, 문자추상 등 고암의 대표 작품들로 구성되어 그의 작품 세계를 포괄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